[판례] 보이스피싱관련 대법원 판례 소개(전자금융거래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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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무법인 우리 작성일20-02-03 조회2,89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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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관련 대법원 판례 소개(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우리 청주지점 김혜진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도16946 판결에 대해 소개해 드립니다.
저희 사무실에서 진행된 건은 아닙니다만, 하급심 판례나 검사의 처분 중 유사한 사안임에도 혐의없음이나 무죄가 선고되기도 하는 반면, 기소된 뒤 대부분 다투지 않아 유죄 판결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혀, 앞으로는 ‘대출을 받는 것으로 알고 체크 카드를 보낸 행동에 대하여 아래 관점에서 살펴 본 뒤 유죄’ 판단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소개해 드립니다.
피고인이 이름을 알 수 없는 甲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대출을 받기로 약속하고 피고인 명의의 은행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를 이용하여 甲에게 송부함으로써 대가를 받을 것을 약속하고 전자금융거래의 접근매체를 대여하였다고 하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원심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위 대법원 판례는, “피고인은 인터넷으로 여러 군데 대출상담을 받았지만 대부분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으므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가 어려웠고, 甲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접근매체인 체크카드를 통해 가공으로라도 입출금내역 거래실적을 만들어 신용한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대출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다음 막연히 대출 절차가 마무리되면 다시 돌려받기로 하고 체크카드를 송부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은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로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었고,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은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 또는 ‘대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이 판결 후 검찰은 기존에 유사 또는 동일 사건에서 혐의없음 처분한 사건에 대하여 수사를 재개하여 다른 처분을 하고 있습니다.
신용이 좋지 않는 분들이, 소액이라도 대출받고자 대출 상담을 문의하였다가, 상담 실장이라는 사람이 거래 실적을 높여 신용 등급을 높이면 대출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카드를 보내면 돈을 넣었다 빼며 거래 실적을 높여 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체크카드 등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렇게 보내진 카드는 소위 보이스피싱에 이용됩니다.
대출을 신청하는 다른 사람에게 다른 상담 실장은 거래 실적을 늘리기 위하여 돈을 입금하라고 속이기도 하고, 해외 물품 구입을 대행한다며 돈을 입금하라고 속인 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취득한 계좌에 돈을 입금하도록 유도한 뒤 그 돈을 다시 다른 계좌로 모조리 인출하거나,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학생들에게 대부업체에서 금전을 회수하는 업무인데 고액의 아르바이트비를 제공한다며 속여 인출책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는 보이스피싱의 단편적인 일례입니다.
체크카드 하나 빌려 주었을 뿐인데, 이로 인해 수 억 원의 사기 범행이 이루어지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하루 일당 20만 원을 받는 고액 아르바이트로 알고 돈을 뽑아 다른 계좌로 송금하는 일을 하였다가, 어린 학생들이 하루아침에 전과자가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액수에 따라 실형 선고를 받기도 합니다. 왜 속는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합니다만, 속아서 이용되는 사람(카드 제공자이든, 금전 피해를 입은 분이든, 인출책이든)들 중 많은 사람들이 힘든 현실을 ‘희망’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희가 보이스피싱 사건을 맡아 보면, 막상 공모자들이 얻은 수입 또한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땀 흘려 정당하게 돈을 벌지 않고 ‘보이스피싱’으로 쉽게 돈을 번다는 것은, 어쩌면 환상으로 보입니다. 또한 보이스피싱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 일단 한 사건이 끝나도 다른 사건으로 수사를 받아 다시 재판을 받느라 젊은 소중한 시간을 교도소에서 머물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이스피싱 재판을 받는 자 중 대부분이 소위 ‘피라미’인 경우가 많습니다. 약간의 이득을 취하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은, 피해자를 대리해도 가슴이 아팠고, 어린 인출책 학생을 변호해도 가슴이 아팠고, 대출을 받는다는 명목으로 카드를 보낸 어르신을 변호하는 것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대출을 받는다는 명목으로 체크카드를 보내도 전자금융거래법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에 해당할 여지’가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법원의 고민이 이해가 되는 면이 있습니다만, 급변하는 사회 변화를 감지하기 못하고 실수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처벌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다시 한 번 더 고민을 하게 됩니다.